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뿔과 뼈다귀

[스타마이][번역] 숨겨진 카구야 공주 본문

2차/스타마이

[스타마이][번역] 숨겨진 카구야 공주

슈크림생햄 2021. 1. 30. 03:10

*미완성 번역입니다.

 

 

*

하지도 않은 약속에 묶여있는 인간이, 

옛날부터 어떻게든,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만다.

이 3021호실의 그녀 역시, 그 중 한 사람이었다.


-호텔, 침실-

 

 

남성: 오래 기다렸지?

 

여성: ......아아, 뭐야. 아직 있었어?

여성: 돌아간 줄 알았어.

 

남성: 설마. 조금만 기다려, 라고 말했잖아.

 

여성: 다음 애한테서 재촉이 와있는 거라면 사양말고, 가.

 

남성: 오늘은 안 가.

 

여성: .......

 

남성: 그것보다, 네가 책을 읽다니 별일이네.

 

여성: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하는 밤에만 꼭, 눈이 떠지니까. 

여성: 시시한 책이라도 읽으면 잘 수 있을까 생각해서 사봤어.

 

남성: 시시하구나.

 

여성: 죽을 정도로.

 

남성: 하하, 잘 수 있을 것 같아?

 

여성: 아쉽게도, 아니.

 

남성: 그럼, 대신 내가 잘 간직해둔 시시한 얘기를 해줄까.

남성: 옛날에, 소설가 지망인 친구가 읽게 해준 오리지널 카구야 공주 이야기.

 

여성: 뭐야 그거......

 

남성: 와인, 아직 조금 남아있네. 따라줄까?

 

여성: 말 했잖아. 나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. 네가 마시고 싶다면 그렇게 해.

 

남성: 그럼, 사양 않고.

남성: 옛날옛날 어딘가에, 달에서 무엇 하나 불편한 점 없는 생활을 하고 있던 아름다운 공주님이 있었습니다.

 

여성: 무엇 하나 불편한 점이 없으면서도, 행복하지 않은 공주라는 뜻이겠네.

 

남성: 하하. 뭐, 들어봐.

남성: 이야기는, 그녀가 달의 왕의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이 결정된 날.

남성: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, 지상에서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것에서부터 시작해.

 

여성: .......

 

남성: 지금부터 긴 세월동안, 자신이 비추게 될 세계가 어떤 곳인지,

남성: 이 몸으로 직접 알고싶다며 양보할 기미가 없는 그녀에게, 주변은 하는 수 없이 꺾여주는 형태로......

남성: 최종적으로는, 기간 한정으로 지상에 내려가는 것이 허락됐어.

 

남성: 그랬는데,

 

여성: ......뭔데?

 

남성: 약속의 날. 카구야의 동생인 달의 왕자와, 그 종자들이 마중을 나간 군락에

 

남성: 그녀의 모습이, 보이지 않았던 거야.


-마을-

 

 

왕자: .......

 


 

왕자:

옛날부터, 곤란한 사람이었다.

누구에게나 상냥하고, 누구에게나 가까이 다가가는,

그러면서도,

누구의 생각대로도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.

 

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은 일견 명쾌해보이지만, 잘 모르겠다.

그러니 예상도 할 수 없는 이유로, 달에의 귀환을 꺼릴지도 모른다,

라고 생각은 했지만.


-마을-

 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없어?

 

왕자: .......

 

마을 사람: 조금 전까지만 해도, 분명 여기에 살고 계셨는데......

 

사자(아라키다)가 발도하는 소리

 

마을 사람: 히익!?

 

사자(아라키다): 어떻게 된 일이지.

 

마을 사람: 모, 모릅니다!

마을 사람: 신세를 졌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를 마친 후

마을 사람: 짐을 정리해 나가시곤, 그것으로 끝입니다.

마을 사람: 의심 가신다면, 부디 구석구석까지 찾아봐 주십시오......!

마을사람: 신께 맹세코, 그 무엇 하나 숨기는 것이 없습니다!

 

사자(마키): ......찾을까요.

 

왕자: 괜찮아. 정말로 없는 것 같으니.

왕자: 행방에 짐작이 가는 것은?

 

마을 사람: 아니오...... 원래도,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보니......

마을 사람: ....그래. 그 분들이라면, 무언가를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.

 

사자(카구라): 그 분들?

 

마을 사람: "이 세상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특별한 아씨" 라며 소문이 퍼져나간 탓인지

마을 사람: 이름이 알려진 나으리들로부터 구혼도 적지 않았습니다만

마을 사람: 그 애는 끝까지 누구의 구혼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.

마을 사람: 하지만, 그 중의 몇 명과는, 조금 특별한 만남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.

 

왕자: 사랑하는 사이었다는 뜻이야?

 

마을 사람: 아, 아니오. 아마도,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을까요.

마을 사람: 그저, 조금이나마 친교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

마을 사람: 그 아이도 어딘가, 마음을 내주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기에.....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.

 

왕자: ......그 사람들, 어디 있지?


-첫번째 귀공자의 저택, 회랑-

 

 

첫번째 귀공자(히나타 시온): ......

 

바람도 불지 않는데, 호수에 비친 달이 흔들리고,

월하미인의 향이 났다.

그날밤과 똑같다, 라고 생각하는 것과,

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

아마, 동시였다.

 

첫번째 귀공자: ......카구야 씨?

 

왕자: 미안하지만 틀려.

 

첫번째 귀공자: !

 

사자들: ......

 

첫번째 귀공자: 너는......

 

왕자: 그 사람을 데리러 왔더니, 약속한 장소에 없어서 찾고 있는 중이야.

왕자: 여기에 있어?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아아, 그런가. 그런거구나.

첫번째 귀공자: 여기엔, 없어.
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그렇게 노려봐도, 진짜니까. 

첫번째 귀공자: 어딘가에 갔다는 것은 알고있어도, 어디에 갔는지는 몰라.

 

왕자: ......그래. 그럼 다른 사람을 알아볼게.

왕자: 대신 그 전에,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.

 

첫번째 귀공자: 뭔데?

 

왕자: 찾는데도, 단서가 필요하니까. 

왕자: 예를 들어, "어딘가에 가기" 전, 그녀거 어떤 식으로 지내고 있었는지, 라던가.

왕자: 예를 들어 어째서, "어딘가로 갔다"는 것을 알고 있는가- 라던가.

왕자: 그와 관련된 것들을 얘기해주었으면 해.

 

사자(마키): 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역시, 그렇구나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?

 

첫번째 귀공자: 좋아. 우선은 첫번째.

첫번째 귀공자: 내가 아는 한, 없어진 당일까지 카구야 씨는 언제나와 같았어.

첫번째 귀공자: 별다른 점, 없었다고 생각해.

 

왕자: 언제나와 같다니, 예를 들면?

 

첫번째 귀공자: 이곳에 가볍게 놀러왔을 때 들은 것 뿐이고, 실제로 본 건 아니지만

첫번째 귀공자: 산에 들어가 산나물을 뜯거나,

첫번째 귀공자: 받은 야채의 답례로, 사람의 집의 지붕을 수리하거나,

첫번째 귀공자: 나쁜 짓을 한 아이를 잡아서, 말로 해서는 듣지 않으니까 씨름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나.

 

왕자: ......

 

사자(아라키다): (....여기에서도)

 

사자(마키): (그런 태도인가.)

 

사자(카구라): (......대체 어떤 꼴로 살고 있었던건지, 상상하고 싶지 않아......)

 

왕자 ....그게 '언제나처럼' 인 사람이라는 걸, 알고도 청혼한거야?

 

귀공자: 응. 거의 한눈에 반한 것과 같았지만.

귀공자: 카구야 씨는 만났던 순간부터 '그런' 사람이라, 그래서 좋아하게 됐어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귀공자: 뭐, 눈 앞으로 떨어졌을 때는 역시 조금 놀랐지만.

 

사자들: (뭐?)

 

왕자: ......무슨 얘기야?

 

귀공자: 카구야 씨와,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.

귀공자: 소문을 듣고,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, 직접 마을까지 만나러 갔었어.

귀공자: 그 때-

 


관심은 있었다. 

하지만, 거기까지 기대를 하고있지는 않았다.

 

-마을-

 

종자: 소문의 아가씨의 주거지는 마을의 외곽이니까 조금 더 가야합니다만,

종자: 차로 갈 수 있는 것은, 여기까지인 모양이기에.

 

첫번째 귀공자: 알았어. 내릴게.

종자: 상황을 보고 올 테니 여기서 잠시......

종자: 엇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헤에. 마을, 이라는 건 이런 느낌이구나.

첫번째 귀공자: 작구나.

 

종자: 기, 기다려주십시오! 우리들이! 보고 올테니!

 

첫번째 귀공자: 괜찮아.

첫번째 귀공자: 그렇게 우글우글 가면 민폐일테니까, 너희는 기다리고 있어.

 

종자: 하오나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응?

 

종자: ......말씀 받잡습니다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응.


첫번째 귀공자: (......바람이 기분 좋아.)

첫번째 귀공자: (그건 그렇고, 마을의 '외곽'은 어느정도 외곽일걸까.)

첫번째 귀공자: (애초에, 어디까지가 마을인지도 잘 모르겠지만......)

 

카구야: -우왓!?

 

첫번째 귀공자: 엇.......

첫번째 귀공자: !

 

카구야: (털썩)

카구야: 으붑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어......?

 


첫번째 귀공자: (......사람이다. 심지어, 여자애.)

첫번째 귀공자: (마을이라는 건, 지붕에서 사람이 떨어지는구나. 위험해...... 가 아니라.)

첫번째 귀공자: 너......

 

카구야: (벌떡)

 

첫번째 귀공자: !

 

지붕에서 내려온 그 애는,

일어나자마자, 옷의 흙은 털어내지도

상처를 확인하지도 않고,

가슴 앞에 모으고 있던 양손을 조심스레 펼쳐-

 

새: (지저귀는 소리)

 

휴우, 하고 표정을 풀었다.

 

귀공자: (......참새의, 새끼?)

 

휙 하고 그녀가 떨어진 자리 주변을 올려다보니,

작은 참새 둥지가 보였다.

 

첫번째 귀공자: (아, 그렇구나....... 둥지로 돌려보내주려고 했던 거구나.)

첫번째 귀공자: (......여자애가, 지붕에 올라가서? 뭐, 상관없나.)

 

첫번째 귀공자: 괜찮아?

 

카구야: 에? 아, 네!

카구야: 보시는대로, 건강해보여서. 다행이다.

 

새: (지저귀는 소리)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응. 참새는, 건강해보이네.

첫번째 귀공자: 너는?

 

카구야: 엇.

 

첫번째 귀공자: 엄청난 소리가 났으니까. 다치지 않았다면 좋을텐데.

 

카구야: 아아...... 건강해요. 저, 튼튼하니까요!

 

그렇게 말한 그녀는 볼에 얕은 상처가 난 채로 웃곤,

일어서려고 했다.

 

일어서려고 했다, 라고 하는 것은 곧-

 

카구야: ......아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. 혹시, 설 수 없어?

 

카구야: ......아하하......

카구야: 저기, 죄송해요. 어디의 어느 분이신지 알지도 못하지만,

카구야: 이 참새, 대신 둥지에 돌려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?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


-첫번째 귀공자의 저택, 회랑-

 

 

사자들: .......

 

왕자: (......정말이지, 그 사람은......)

 

첫번째 귀공자: 그 때 얼추, 아아. 이 애가 소문의 그 애구나, 라며

첫번째 귀공자: 그렇지 않더라도, 나는 이 애가 좋아, 라고. 그렇게 생각했어.

 

왕자: ......그 이후엔?

 

첫번째 귀공자: 통성명을 하고, 그 자리에서 결혼을 청했어. 그 자리에서 거절당했지만.

첫번째 귀공자: 그래도, 그럼 결혼은 포기할 테니까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고 하니까, 그건 거절하지 않았어.

첫번째 귀공자: 이 이후로, 종종 이 저택에 놀러와주게 되었어.

 

첫번째 귀공자: 그 이후로 계속, 최후의 날까지 카구야 씨는 변하지 않았어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천번째 질문에의 답은, 이걸로 괜찮아?

 

왕자: ......괜찮아?

 

사자(마키): ......네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그럼, 두번째.

첫번째 귀공자: 카구야 씨가 '어딘가로 갔다'는 것을 알고 있었던 이유는

첫번째 귀공자: 본인에게, 그렇다고 들었으니까.

 

사자(아라키다): !

 

첫번째 귀공자: 정말, 며칠쯤 전의 일이야.

첫번째 귀공자: 무슨 일이 있어도 해 질 녘엔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던 카구야 씨가, 처음으로, 밤에 이곳으로 왔어.

첫번째 귀공자: 그 시점에서 왠지 모르게, 특별한 얘기를 하겠지, 라는 것은 알았어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작별의 인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.

 

왕자: ......


첫번째 귀공자: 정말로, 가버리는거야?

 

카구야: 응.

 

첫번째 귀공자: 어디로?

 

카구야: ......응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그럼, 어째서?

 

카구야: ....... 어떤 이유에서든, 꼭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

 

이 사람은, 언제가 되었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.

말할 수 없는 것이 있을 땐 말 없이, 웃는다.

알게 된 것은, '붙잡을 수 없다' 라는 것 뿐이었다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처음 만났을 때는, 내 쪽이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.

 

카구야: 응?

 

첫번째 귀공자: 완전히, 틀렸어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(......그래도, 키는 내 쪽이 크니까.)

첫번째 귀공자: (네게는 닿지 않는 곳에, 손을 뻗는 것은 가능할지도 몰라.)

첫번째 귀공자: (이젠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. 여기에 있어준다면, 너 하나 정도는, 지킬 수 있어.)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전부, 입에 담아서.

'그래도 안돼?' 라고 질문해버리고 싶었다.

하지만 이 사람은 분명, 그래도 안된다고,

곤란한 듯 웃을 테니까.

 

첫번째 귀공자: 건강하길.

 

카구야: .......

카구야: 응, 당신도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카구야 씨.

 

카구야: 응?

 

첫번째 귀공자: 나는 네게 있어, 어린애였어?

 

카구야: .......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쭉, 

카구아: 근사한 사람이었어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분명, 두번 다시는 보지 못한 미소를,

잊지 않도록 뇌리에 새긴다.

뒷모습에 대고 말할 뻔 한 '가지 마' 한 마디는,

소리가 되어 나오질 않았다.

그러니 그 대신, 

횡적을 불었다.

 

어디까지 닿을진 모르겠지만, 

그 사람이 가장 좋아했던 곡을.

 

숨이 떨려오는 것을 억누르며,

서서히, 연주했다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마지막 한 구절까지 마치곤,

깊게 내쉰 숨.

흘릴 생각이 없었던 것이 함께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

달을 올려다본다.

 

첫번째 귀공자: (......아아, 역시. 닮았네.)

첫번째 귀공자: (밝고, 아름답고)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어떻게 해도, 닿지 않아.


시종: ......도련님, 도련님!


-첫번째 귀공자의 저택, 회랑-

 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?

 

시종: 또 이런 곳에서.......

시종: 감기에 걸리십니다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잠들었었어?

 

시종: 네. 방금 전까지만 해도, 피리를 불고 계셨는데.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피리......?

 

시종: 예, 저는 그것을 듣고 여기까지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시종: 최근, 카구야 님께서 오지 않으시니 기다려지시는 것도 알겠습니다만

시종: 이런 시간에 방문하시는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. 오늘 밤은 이만.......

 

첫번째 귀공자: ......카구야?

 

시종: 예?

 

첫번째 귀공자: 카구야라는 건, 누구?


-호텔, 침실-

 

 

여성: .......

 

남성: ......해서, 눈을 떴을 때, 그의 기억에서 카구야에 관한 것만이 깨끗하게 사라져있었어.

 

여성: ......끝?

 

남성: 첫번째 이야기는 말야.

 

남성: 카구야가 친하게 지냈던 귀공자는 총 다섯 명.

 

남성: 첫번째 귀공자는, 카구야의 행방을 몰랐어.

남성: 그래서 달의 사자들은, 두번째 귀공자가 있는 곳으로 향한 거야.


-두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정원-

 

 

두번째 귀공자(미야세 고우): ........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아아, 안녕하세요. 좋은 밤이네요.

 

왕자: .......

왕자: 저택의 정원에, 갑자기 모르는 누군가가 나타났는데도 놀라지 않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렇네요. ......갑자기가 아니기 때문, 일까요.

 

사자(마키): ......?

 

두번째 귀공자: 언젠가, 달에서 온 사자들이 저를 찾아올 거라고,

두번째 귀공자: 카구야 씨로부터, 들었으니까요.

 

사자(아라키다): !

 

왕자: ......자신이 달의 인간이라는 것을, 당신에게는 밝혔구나.

 

두번째 귀공자: 네. 헤어질 때, 지만요.

두번째 귀공자: 찾아온 사람들은, 분명 자신에 대해 물어볼 테니까

두번째 귀공자: 그 때는 있는 그대로를 전해주었으면 한다고.

 

사자(카구라): (......헤어질 때, 라는 것은)

 

두번째 귀공자: 아쉽게도 카구야 씨는 여기 없습니다.

두번째 귀공자: 어디로 가는지도, 목적도, 알려주지는 않으셨어요.

두번째 귀공자: 정말이랍니다.

 

왕자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여러분이 듣고 싶어 하시는 것은 저와 카구야 씨의 '만남'

두번째 귀공자: 그리고, 마지막에 만났을 때의 이야기임이 틀림 없지요?

 

사자(마키): 그 것도, 그 분께서?

 

두번째 귀공자: 네.

 

왕자: 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럼....... 이야기 하지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저는 때때로, 숨을 돌릴 겸 산이나 강가를 홀로 걷곤 하는데,

두번째 귀공자: 그녀가 살던 마을이 있는, 그 산에 처음으로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 날을, 굉장히 맑았었는데......

두번째 귀공자: 갑자기, 비가 내리기 시작했던 거예요.


-산 속-

 

 

두번째 귀공자: (이건....... 안되겠네.)

 

금방 그치길 바랐던 가랑비는

강하게 나무들은 내리치기 시작하고, 

어쩔 수 없이, 왔던 길을 빠른 걸음으로 돌아가고 있자니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!

 

수풀에서 나타난 한 마리의 뱀의 모습에,

황급히 걸음을 멈춘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(......마음 편히 옆을 지나가기엔, 조금 큰가.)

 

쫓아낼까, 피할까.

한 순간 망설이고 있던 그 때-

 

카구야: ......움직이지 마세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 네?

 

청량한 꽃의 향과 함께,

그녀는 돌연 눈 앞에 나타났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(......방금 전까지만 해도, 사람의 기척따위는 없었어. 발소리도, 전혀 나지 않았고.)

두번째 귀공자: (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눈치채지 못하다니......?)

 

이쪽을 감싸듯이 서곤 뱀과 대치하는,

키가 자신의 눈높이 정도까지 오는, 작은 체구의 여성.

무엇이 일어난건지 알지 못한 채로 그 팔을 당겨,

그녀를 등 뒤에 숨겼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 위험해요.

 

카구야: 어......

카구야: ! 앞을-

 

두번째 귀공자: !

 

(귀공자가 무언갈 차는 소리)

 

두번째 귀공자: (......아아.)

 

불시에 찬 발 주변의 돌이 운 좋게 적중하여,

뱀은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.

 

카구야: 해냈네요......!

 

두번째 귀공자: 네. 상처는, 없으신가요-

두번째 귀공자: (......어?)

 

움직일 수 없게 된 뱀.

그것을 믿기지 않게도 그녀는...

만면의 미소로, 꽉 잡아 올렸다.

 

카구야: 월척이에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카구야: ......앗. 죄송합니다. 물론, 그렇다고 해서 채갈 생각은 없으니까요!

카구야: 여기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에?

 

카구야: 네?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

두번째 귀공자: 여기요, 라고 하심은......?

 

카구야: ......아......

카구야: 혹시, 뱀은, 먹지 않는 지역의 분이신가요?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지역......

 

본격적으로 강해지기 시작한 빗 속.

뱀을 한 손에 든 채,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성가신 듯 소매로 닦아내며,

매우 진지한 얼굴로, 그녀는 물어왔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후, 하핫.

 

카구야: 엇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죄송합니다. 그렇네요...... 아마도. 그런 지역의 사람이에요.

두번째 귀공자: 그러니 괜찮으시다면, 여기요.

 

카구야: .....! 정말이신가요?

 

두번째 귀공자: 네.

두번째 귀공자: 그리고......

두번째 귀공자: 성함을, 가르쳐주실 수 있으실까요?


-두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정원-

 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만, 웃음이 나와버리네요.

 

사자(마키)&왕자: (.....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......)

 

사자들(카구라, 아라키다)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언제든 꾸밈 없이, 자연 그대로. 그것이 정말 아룸다웠던 사람이었습니다.

두번째 귀공자: 어떻게 살아야, 이렇게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......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렇기에, 그녀가 달의 공주나는 것을 들었을 때에도 놀라지는 않았구요.

두번째 귀공자: 오히려, '역시나' 라는 감정이 더 강했다고 생각해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그저, 그게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면

두번째 귀공자: 밝힐 수 없는 것이었다면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가능하다면 평생, 듣지 않은 채로 있고 싶었습니다만.

 

왕자: ......마지막 인사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조금 전.......

두번째 귀공자:보름달인 오늘 정도는 아니지만, 달이 밝은 날에.

 

귀공자: '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' 라며, 카구야 씨가 초대해주었어요.


-산 속-

 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더, 가는 건가요?

 

카구야: 곧 있으면 도착해요. 앞으로 조금, 이 앞으로.......

카구야: ......도착했어요!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!

 

좁은 산길을 벗어나, 

도착한 곳에 피어있던 선명한 붉은색의 꽃들.

그 아름다움에, 무심코 숨을 들이쉬었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이건..... 산철쭉? 하지만, 지금 피는 꽃은.......

 

카구야: 제철이 아닐때 핀 꽃. 철겨운 꽃, 이라고 한다지요. 아마.

 

두번째 귀공자: .......

 

카구야: 이 전에, 우연히 발견했어요.

카구야: 당신에게,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서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이 풍경을 보고, 저를 생각해주신 건가요?

 

카구야: 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런가요........

두번째 귀공자: 기뻐요, 정말로.

두번째 귀공자: 감사합니다.

 

카구야: .......아뇨.

카구야: 이 장소, 달빛 아래서 이렇게 보는 것도 물론 근사하지만

카구야: 아침 햇살을 받았을 때가 제일 예쁘답니다!

 

두번째 귀공자: 그건 기대되네요.

두번째 귀공자: 그럼 근시일 내에, 또 같이 이곳에.

 

카구야: .......

카구야: 정말로, 예쁘니까요. 기대하고 있어주세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카구야 씨?

 

카구야: .......죄송합니다.

카구야: 만나뵐 수 있는 것은, 오늘이 마지막이에요,

 

두번째 귀공자: 어.......


바람이 불 때마다, 음이 휩쓸린다.

긴 머리칼이 나부끼고, 

말을 이어나가는 그녀의 표정이

잘 보이지 않는다.

 

카구야: .....그러니까, 안녕히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기다려, 주세요.

 

카구야: .......죄송합니다.

카구야: 얼굴은 마주보고 작별 인사를 하는 건, 조금 어려워서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그럼, 먼저 사과할게요.

두번째 귀공자: 죄송합니다.

 

카구야: ......?

 

(카구야가 붙잡히는 소리)

 

카구야: 읏!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렇다 해도

두번째 귀공자: 마지막 작별인사 정도는, 분명히 눈을 보고 말하게 해주세요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손을 들어 조금은 강제적으로 마주하게 한 그녀의 눈동자에

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것이,

어렴풋이 보인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무리해서 잡아두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시간을 들일 생각이었는데,

두번째 귀공자: 실패했네요.

 

카구야: ......울지말아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웃고있는 거예요.

두번째 귀공자: 웃고 있지 않으면, 두려움에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이건, 오늘에 대한...... 아니. 오늘까지에 대한, 답례예요.

 

당황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꽂은 것은,

물망초의 머리장식.

 

두번째 귀공자: 잘 어울려요.

 

카구야: ......당신에게는, 늘 받기만 하네요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렇지 않아요. 저도, 당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어요.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그럼에도 아직, 원한다고 생각해버리니까. 욕심이 많아서 싫어지겠네요.

 

카구야: 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마지막으로, 다시 한 번만 여쭈게 해주세요.

두번째 귀공자: 이대로...... 제 곁에, 있어주실 수는 없는건가요?

 

카구야: ......

 

빤히, 올곧게 눈을 보며,

그래도 마지막까지 대답하지는 않은 채,

 

그녀는 서서히- 멀어졌다.

 

그것이, 대답이었다. 

 

카구야: 주신 것들은, 늘 소중히 간직할게요.

카구야: 감사했습니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.이쪽이야말로.

 

마지막으로 한 번 더 '안녕히'를 고하고

떠나가는 뒷모습을,

 

몇번이고 뒤쫒고싶다고 생각했지만,

 

몸은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.

차가워진 손가락을 쥐어든 손에,

힘이 들어가질 않는다.

 

귀공자: (......웃을 수 없네.)

귀공자: (당신이 없는 내일이...... 이렇게나, 두려워.)


-두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정원-

 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걸로, 끝이에요.

 

왕자: ......어디에 가는지는 묻지 않았구나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녀는, '먼 곳으로 간다'고 말했습니다.

 

두번째 귀공자: 그게 어디든, 더는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라면

두번째 귀공자: 그것을 아는 것에,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서.

 

사자(마키): .......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포기하는 것밖엔 할 수 없었던 저와, 그럼에도 쫒지 않고 있을 수는 없는 당신들 중,

두번째 귀공자: 대체 어느 쪽이 불행할까요?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하?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그 쯤 해둬.

 

왕자: .......

왕자: 애기하고 싳은 것은, 그걸로 전부?

 

두번째 귀공자: ......네.

두번째 귀공자: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, 이상입니다.

 

왕자: 그래. 끝이래.

 

사자(마키): ......네.


왕자: -어느 쪽이 불행할까. 그런걸 비교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

 

왕자: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음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인간은, 불쌍하게 생각해.


-세번째 귀공자의 저택, 실내-

 

 

얼굴도, 이름도 모르는 상대에게

'일생의 반려가 되어주었으면 한다'고 청하는 것에,

의문은 있었다.

 

하지만,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한다면

그 이상으로 거역할 생각도 없어서,

썩 내키지는 않은 채로,

구혼의 서한을 보냈다.

 

그때로부터,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었다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세번째 귀공자(세오 나루미): ......

 

-그녀가 '그것'을 들고,

직접, 저택을 방문한 것은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렇게 멀지 않다고는 해도, 그녀가 사는 곳은 산을 하나 넘은 곳에 있다고 들었어.)

세번째 귀공자: (그걸, 홀로......?)

 

카구야: 오늘은, 갑자기 찾아뵈어 죄송합니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아아, 아니....... 그건, 상관없지만.

세번째 귀공자: 답신은, 이쪽에서 다시 시종을 보낼테니 그 편에, 라고.

세번째 귀공자: 아니, 글씨체가 알아보기 힘들었을까. 면목이 없어.

 

카구야: ......아뇨. 그게.

카구야: 이쪽이야말로 정말, 죄송하게 되었습니다만,

카구야: 저는 애초에, 이 편지를 읽을 수가 없었어서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 (......아아. 역시나.)

 

산중의 농촌에 사는 여성이,

글자를 배우지 않았다는 것은 충분히 상상이 갔다.

 

하지만, 특별한 아씨에게 그런 걱정은 필요없다며

들은 그대로 납득해버린 것을,

지금에서야, 조금 후회한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런가...... 그건, 굉장히 실례가 되는 일을 했네.

 

카구야: 네?

 

세번째 귀공자: 네 사정을 생각하지도 않고, 그쪽의 의사를 따르지도 않고

세번째 귀공자: 중요한 이야기를, 이쪽 사정이 편한대로 편지 한 장으로 끝내버리려고 해서

세번째 귀공자: 면목이 없어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럼, 오늘은 그 답신을 위해 이곳에?

 

카구야: 아뇨...... 그렇다,고 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

카구야: 그뿐만이 아니라, 의논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, 찾아뵈었습니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의논?

 

카구야: 방금 전 조금 말씀드린 것과 같이, 저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릅니다.

카구야: 그렇지만, 받은 것을 배견하곤.......

 

카구야: 그곳에 자아내진 말들을 확실히 받아들인 상태로

카구야: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 글로, 답변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응?

 

카구야: 폐를 끼쳐드린다는 것을 알고도, 부탁드리러 왔습니다.

카구야: 저에게..... 글을,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?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카구야: ......역시나. 민폐였지요. 죄송합니다. 실례했습니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아, 아니. 그게 아니라.

세번째 귀공자: 나라도 괜찮다면, 가르치는 것은 전혀 상관 없어.

 

카구야: 네?

 

세번째 귀공자:상관 없지만, 너에 대한 소문은 수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들어서.

세번째 귀공자: 비슷한 내용의 편지는, 다른 곳에서도 받고 있지 않니?

 

카구야: 그렇, 네요....... 확실히, 이 곳 한 곳에서만, 이지는 않지만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렇다면, 어째서 이곳에?

 

카구야: 그게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아아.

세번째 귀공자: 혹시 이 곳이, 가장 가까웠으려나?

 

카구야: 아뇨! 그, 물론 먼 것보다는 좋지만......

카구야: 그런게 아니라.

 

세번째 귀공자: 응?

 

카구야: ......받은 것들 중에서

카구야: 당신의 글자가, 가장 곱고, 상냥하고, 따듯한 느낌이 들었어요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그것이, 나와 그녀의 첫만남이야.

세번째 귀공자: 그렇게 오래전의 일도 아닌데. 어쩐지 그립네.

 

왕자: ......당신이 봤을 때, 카구야는 어떤 사람이었어?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렇네....... 어떤 일에든 신실게 임하는, 그리고 솔직하고 상냥한,

세번째 귀공자: 그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이 밝아지는 듯한 사람이었어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왕자: 그래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 그 뒤로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, 이곳에서 글을 가르쳤어.

세번째 귀공자: 카구야 씨는 노력가여서, 3개월이 지날 무렵은 어느정도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었지만

세번째 귀공자: 그 이후로도,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찾아왔어.

 

세번째 귀공자: 점점 그녀의 방문을 학수고대할 정도가 되어서

세번째 귀공자: 그녀와 보내는 평온한 시간은,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이 되었어.

 

사자들: 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그것은 한정된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,

세번째 귀공자: 더더욱, 사랑스럽게 여겨져.

 

(종이가 펼쳐지는 소리)

 

왕자: ......그건?

 

세번째 귀공자: 그녀에게 받았던 편지야.

 

사자(아라키다): (......카구야 님으로부터의, 편지.......)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세번째 귀공자: 글을 배우는 도중이나, 끝난 이후에

세번째 귀공자: 그녀는 곧잘, 가볍게 '또 봐요'라는 말을 입에 올렸지만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 날은 어째서인지, 완강할 정도로 말하려하지 않았어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그 날의 나와 그녀에게 '또 봐요'는 없었던거야.

 

왕자: ......마지막으로, 어떤 얘기를?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그렇네. 얘기할게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것이, 그녀와의 약속이니까.

 

사자(마키): .......


아마도 그녀는 이제, 이곳에 오지 않는다.

'또 봐요'는, 없다.

머릿속으론 이해하면서,

그래도 아주 조금 품어버린 희망은,

 

그녀가 건넨 편지에 의해,

조용히 무너졌다.


-세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실내-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그래.

세번째 귀공자: 가버리는거구나.

 

카구야: ......네. 그동안 신세를 졌습니다.

 

최초의 편지에의 답신과,

작별의 인사라고 그녀는 말했다.

그 자리에서는, 차마 편지의 봉인을 풀 수 없었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응. 그런가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그래......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부드러운 바람에 발이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,

바닥에 내리쬐는 차양은

그녀의 그림자를 저 멀리로 늘인다.

 

해가 지고, 언덕 너머로 잠겨간다.

그녀와의 시간이 조용히 끝나간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(......처음부터, 언제까지고 이어질 인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도.)

세번째 귀공자: (언제부터일까.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고, 바라기 시작했던 것은.)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신기한 일이네.

 

카구야: 네?

 

세번째 귀공자: 아... 아니야.

세번째 귀공자: 혼잣말이야.

 

카구야: .....그럼, 이만.

 

세번째 귀공자: 조금만, 기다려줄 수 있을까.

 

카구야: 네?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이걸, 너에게.

 

카구야: ......편지.....?

 

세번째 귀공자: 되도록이면 건네는 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, 써두었던 것이야.

세번째 귀공자: 어째서인지, 너와의 이별은 돌연 다가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.

세번째 귀공자: 그 때에, 순간의 슬픔에 휩싸이지 않고 진실된 마음을 잘 전할수 있을까, 몰랐었으니까.

 

카구야: .....진실된, 마음?

 

세번째 귀공자: 지금, 너를 배웅하는 것은 슬프기 그지없지만

세번째 귀공자: 너와의 시간을 보내며 쌓아올렸던 것들은, 좀 더. 다른 감정이야.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세번째 귀공자: 그래도, 지금부터 네가 가는 길에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은 전부 이곳에 두고가주었으면 해.

 

세번째 귀공자: 나에 대한 것도, 잊어도 돼.

세번째 귀공자: 이 편지도, 읽고 난 후 불에라도 태워주었으면 해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그것을 네가 원한다면, 나도 그렇게 할게.

 

카구야: .......

카구야: 이렇게 소중한 것, 태울 수 있을리가 없어요.

 

세번째 귀공자: 그 말로도 충분해.

 

카구야: 아뇨.

카구야: 그리고... 설령 태운다 하더라도, 당신에게서 전해받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아요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카구야: 당신은, 당신이 자아내는 글자 그대로인 사람이었어요.

카구야: 곱고, 상냥해서. 누구보다도 따듯한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카구야 씨.

 

카구야: 부디, 건강하길.

 

카구야; 안녕히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안녕히. 


조심스러운 발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,

마침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.

 

그때가 되어서 간신히,

서서히 그녀가 건넨 편지를 연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묶어내린 머리가 조금씩 볼에 떨어지던

진지한 옆얼굴이,

들려온 벌레소리에

잠시 필을 멈추고 눈꺼풀을 닫던 몸짓이,

 

그녀다운 글로 자아낸 문장에서 되살아난다.

 

세번째 귀공자: ......고마워.

 

"-결혼은 할 수 없지만, 당신에게 배웠던 글도, 당신도. 평생 잊지 않을게요"

 

귀공자: ......정말로.......

귀공자: 너와 만날 수 있었어서, 다행이다


세번째 귀공자: .......

 

왕자: ......

 

사자들: .......

 

왕자: ......이거, 읽을 수 있어?

 

사자(카구라): 대체적으로, 라면.

 

왕자: 뭐라고 쓰여있지.

 

사자(카구라): 얘기했던대로, 구혼의 답신과 작별의......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

 

사자(마키): ......?

 

사자(아라키다): 어쩐일이야.

 

사자(카구라): 아니.......

 

왕자: 뭔데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 "먼 곳으로 갑니다."

사자(카구라): "더 이상, 돌아올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."

 

사자(마키): ......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이 전의 두 사람 말로도, 카구야님은 "먼 곳으로 간다"라고 말씀하셨다고.

 

사자(아라키다): 말하고 싶은게 뭐야.

 

왕자: .......

왕자: 지상도, 달도 아닌 '먼 곳'일지도 모른다고

왕자: 말하고 싶은거야?

 

사자들: .....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어찌된 일입니까.

 

왕자: 어찌된 일일까. 

왕자: 내가, 묻고싶어.


-호텔, 침실-

 

 

남성: ......그렇게 사자들은

남성: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는 카구야의 행방에 불온한 기운을 느끼면서도

남성: 세번째 귀공자가 받아든 편지를 그에게 돌려주지 않은 채

남성: 그대로 네번째 귀공자가 있는 곳으로 향해.

 

여성: 있지.

 

남성: 왜?

 

여성: 카구야 공주를 잊은 귀공자들의 후일담은

여성: 이 뒤에, 나와?

 

남성: .....글쎄. 어떨까.

남성: 신경쓰여?

 

여성: 신경쓰이니까 물어본거야. 그래도, 이젠 됐어.

여성: 계속 해.

 

남성: 그래?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.

 

여성: 신경쓰지 마. 대답할 생각 없는 인간에게 득달같이 물어보는 건 바보같아서 싫어해.

 

남성: 그랬었지. 그럼, 계속할게.

 

남성: 네번째 귀공자도, 사자들의 방문에 놀라지는 않았어.

남성: 그 역시, 카구야 공주로부터 어느 정도 사정을 들은 채라,

남성: 사자들이 찾아오는 대로, 자신과 그녀의 만남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어.

 

여성: .......


-네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실내-

 

 

네번째 귀공자(히야마 타카오미): ......기모노, 보석 장식품, 노래. 생각나는 것은 전부 차례대로 보내봤지만,

네번째 귀공자: 그녀는 그 무엇 하나 받아들이지 않았다.

 

왕자: 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'이런 선물은 받을 수 없습니다' 라며, 정중하게 거절했다며

네번째 귀공자: 시종이 어색한 얼굴로 되가져오기만 할 뿐.

네번째 귀공자: 그런 공방이 한 달 정도 계속되었을 때,

네번째 귀공자: 이대로 계속된다면 한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,

 

네번째 귀공자: 직접 만나러 갔었다.


-카구야의 집-

 

 

카구야: ......입에 맞으실지, 모르겠지만.

카구야: 괜찮으시다면.

 

네번째 귀공자: 감사히 마시도록 하지.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? 꽤나. 색이 연한 보리차군.

 

카구야: ......백비탕이기에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백비탕? 지금은 딱히, 앓고 있는 질병은 없다만.......

 

카구야: ......건강히 지내고 계신다면, 그걸로 다행이에요.

카구야: 저, 그래서. 이야기라고 하심은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아아, 그랬었지.

 

네번째 귀공자: 너는, 뭐라면 받을테지?

 

카구야: 네?

 

네번째 귀공자: 비단옷도, 회양목의 빗도, 연지도, 부채도 받지 않아.

네번째 귀공자: 구혼과는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

네번째 귀공자: 거절당했다고 해서, 나중에 돌려 달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원하는 것을 말하면 돼.

 

카구야: 아,아뇨. 그, 정말로,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.

 

네번째 귀공자: 주거지도, 이걸로는 좁겠지.

네번째 귀공자: 이 땅이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,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저택을 세울 수도 있어.

 

카구야: 세우.......네!?

카구야: 그런, 그러실 것 까진!

카구야: 획실히 귀공자이신 여러분의 주거지에 비하면, 좁다고 할 수 밖에 없지만

카구야: 애착을 가지고 불편 없이 생활하고 있기에, 부디 신경쓰지 않으셔도......!

 

네번째 귀공자: 그래? 그렇다면, 무엇이라면 받을거지?

네번째 귀공자: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, 돌아갈 수 없어.

 

카구야: ......!?

카구야: 그, 그렇다면...... 그...... 그렇네요.....

카구야: ......

 

카구야: ......앗.

 

네번째 귀공자: 응?

 

카구야: 꽃, 이라면?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꽃 말인가.

 

카구야: 네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흠. 그러면, 벚꽃나무가 이 집을 둘러 쌀 수 있을 정도로 심어줄까. 

 

카구야: !?

카구야: 이뇨, 좀 더 사소한! 들판에 피어있을 듯한, 소탈하게 아껴줄 수 있는 걸로 충분해요!

 

네번째 귀공자: 들판의...... 너는 꽤나, 어려운 걸 말하는군.

 

카구야: 으음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하지만, 뭐 좋아.

네번째 귀공자: 사소하고, 소탈하게 아껴줄 수 있는 꽃이라면 받겠다는 말이지?

 

카구야: 네, 네에...... 정말로, 사소한, 그런 것이라면.

카구야: 감사하게 받겠습니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알았다.

 

카구야: ......


본인의 입으로 '받겠다'는 말을 들었다.

보낸 것이 돌려 보내지는 날들도, 

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만......

 

카구야에게 보낸 시종이,

또 다시 꾸러미를 들고 돌아왔다.


 

-네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실내-

 

 

시종: ......돌아왔습니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설마. 꽃도, 받지 않았던 것인가?

 

시종: 아뇨! 이번에 보낸 것은, 분명히 받아주셨습니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? 그렇다면......

 

시종: 이쪽은, 카구야 님께서 맡겨주신 것입니다.

시종: 꽃의 답례를 하게 해달라, 고.

 

네번째 귀공자: 답례....... 내용물은, 무엇이지.

 

시종: 그것이.......

시종: 제철의, 산나물이라고 합니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

네번째 귀공자: 산나물?

 

시종: 그러합니다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산나물.......

 

시종: 무엇보다, 그 산은 여러 종류가 풍족하게 채집되는 모양이라.

시종: 이건 카구야 님 본인이, 모은 것이라고 합니다. 맛도 향도, 참 좋다고.

 

네번째 귀공자: 그녀가......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그런가. 산나물인가.

네번째 귀공자: 그것 참, 기대되는군.


-네번째 귀공자의 저택, 실내-

 

 

사자들: (......산나물......)

 

네번째 귀공자: 그 이후로도 카구야는 매번, 무언가를 들려 보내주었다.

네번째 귀공자: 그것은 마치 계절의 전령과도 같아서, 그 너머로는 떨어진 장소에 있는 그녀의 하루하루가 보였다.

 

왕자: ......그래. 꽃, 기뻐했어?

 

네번째 귀공자: 그래. 어떤 것도 기뻐했지만, 길경이 가장 좋다고 했었지.

 

왕자: 길경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달에는 피지 않는건가. 그녀도, 본 적 없다고 말했었지.

네번째 귀공자: 정원에도 심었다. 그곳에 피어있는, 보라색의 꽃이다.

 

사자(아라키다): 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결혼에 대해서는 완고하게 거절했지만

네번째 귀공자: 카구야는 결코, 나 자신을 거부하진 않았다.

 

네번째 귀공자: 날이 갈수록 마음이 끌리고 있었고,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.

네번째 귀공자: 마음을 담아, 어떤 방법을 써서든, 그야말로 인생을 걸어서라도 손에 넣을 생각이 있었다.

 

왕자: ......생각이, 있었다. 지금은 틀려?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만약 내가,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면

네번째 귀공자: 너희는 여기서, 그녀와 만날 수 있었겠지.

 

사자(카구라): 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가장, 있을리도 없는 '만약' 따위......

네번째 귀공자: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의미 없는 이야기지만.

 

왕자: .......

 


카구야의 걸음걸이는,

그날 밤도 조용했다.


-대나무숲-

 

 

때때로, 달을 올려다보며 걷는 그녀의 옆얼굴은, 근심을 비추고 있었다.

 

 

카구야: .......

 

네번째 귀공자: ......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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